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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해지기 시작한 사람들

자본주의, 그리고 경제적 자유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와 통찰, 그리고 경제적 자유라는 명목 아래 마케팅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너무도 당당하게 편법과 사기, 조작 방법을 가르친다.
 
이들의 논리는 이와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곧 '자유'이고, 평생 돈을 벌기 위해 일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을 ‘노예’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하루빨리 막대한 부를 쌓아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는 것만이 자본주의의 노예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각종 편법과 사기, 그리고 조작 등을 일삼는 행위가(로직이나 알고리즘 등의 단어로 포장되고는 한다.) 생존에 필요한 도구로서 필수불가결하다고 정의하고 있다. 스스로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들을 마냥 비난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자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경쟁이 수반되며, 돈을 벌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인의 지갑을 열어야 한다. 그것이 생존을 유리하게 만드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법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역사적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은 무언가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판 사람들이다. 수 천년 전에는 타인을 죽이거나 부릴 수 있는 물리적 힘을 가진 사람이 세상을 지배했다면, 현대에 와서는 무언가를 많이 팔 수 있는 '상인'들이 세상을 지배한다.
 
그러니 썩 유쾌하지는 않지만 생물학적,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가장 본질적이고도 솔직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자신과 자신의 유전자인 가족의 생존만큼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

 
뻔뻔해지기 시작한 사람들
 
때때로 우리는 경제적 자유의 추종자가 된다. 타인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능력에 희열을 느끼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이루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갈취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눈다.
 
우리는 점점 더 뻔뻔해진다. 사업가와 마케터라는 칭호에 취해서, 혹은 노예 탈출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너무나 당연하게 리뷰를 조작하고, 트래픽과 팔로워를 집어넣고, 허위 및 과대광고를 만들고, 미디어의 알고리즘을 파헤치고, 밥 먹듯이 편법을 사용하며, 마케팅 기술이랍시고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의 경쟁사를 수시로 신고하여 사지로 내몰며, 잘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디자인과 카피라이팅을 베끼는 행동에 망설임과 주저함이 없다. 이러한 방식이 성과를 내면 이따금 강의를 만들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사용한 각종 기술들을 또 다른 추종자들에게 판매한다. 스스로의 행동에 위대한 비전과 미션을 부여한다. 집단의 결속력이 강화되고, 신념으로 가득 찬 삶을 살게 된다. 결국 사람들은 그것이 맞건 틀리건, 무언가를 믿는 사람을 따르게 된다.

 
부끄러움은 누구의 몫인가
 
우리는 때때로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스스로의 말과 언행을 돌이켜 보며, 삶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회고하다, 문득 후회와 부끄러움이 밀려와 종적을 감추고 싶어진다. 충분히 곱씹어 삼켜 내 것으로 소화하지 않은 철학과 신념은 이윽고 인지부조화 상태를 만들어 내고 만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하이에나다.
우리는 부끄러움이 없다.
우리는 양심이 없다.
우리는 철저한 개인주의다.
우리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명예가 없다.

우리는 ‘경제적 자유’와 ‘노예 탈출’이라는 원대한 목표 아래 사회적 약속과 직업 윤리, 도덕적 가치를 상실했다. 사회보다는 개인을, 의무보다는 권리를, 정통보다는 편법을, 맞서 싸우기보다는 피하기를, 독립 운동보다는 친일을 선택했다. 자, 여기서 우리는 누구인가.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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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호

기획하는 사람.

기획자의 시선

〈기획자의 시선〉

프로젝트룸 대표 기획자 노인호의 지극히 개인적인 업계 관찰 & 인사이트 공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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